짐가방 몇개만 들고 낯선 도시에 정착하려는 당신,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아마 웬만하면 다들 안정적인 경제적 생활기반을 구축하고 나의 경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는 것이 우선순위 중 하나로 떠오를 것이다. Indeed나 LinkedIn같은 플랫폼에서 일해보고 싶은 회사를 추리고, 이력서 작성해서 커버레터와 함께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고 하는 식의 통상적인 방법이야 다들 아실테니 오늘은 비교적 생소한 (적어도 당시 나에겐 그랬던) 방식의 취업활동을 경험하게 해준 구직 플랫폼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포지션 위주이지만 UI/UX 디자이너나 QA쪽 포지션도 제공한다. 이 부분은 아래에 간략하게 다루기로 한다.
아래에 언급될 웹사이트들은 비교적 최근부터 보편화가 시작된 약간 독특한 방식의 기술자 위주의 취업 플랫폼으로, 각각의 세세한 차이는 있지만 후려쳐서 설명하자면 대체로 다음와 같은 방식을 따른다.
구직자가 특정 회사에 직접, 혹은 리크루터를 통해 지원을 하는 대신에 구직자가 플랫폼 자체에 지원을 한다. 보통 아래와 같은 항목들을 써넣게 된다.
구직 플랫폼 측에서 나의 경력과 기타 요소들이 현재 마켓의 수요와 잘 맞아 떨어져서 취업까지 성사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면 ‘등록 대기 상태’가 된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이 단계에서 지원자에게 Talent Advocate (직역을 하려니 좀처럼 부합하는 한국어 단어를 찾기가 힘들었다. 맞춤형 취업 조언자? 쯤으로 생각하면 될 듯 하다) 가 한명씩 붙는데 이 분들은 등록을 마무리 하고 프로필을 공개하기 이전에 나의 프로필에서 좀 더 보충이 되었으면 하는 부분에 관해 물어보기도 하고 원한다면 여러 회사와 면접을 진행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선택을 내리는 데 있어 도움이 될 만한 간략한 조언을 해주거나 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론 실질적인 큰 도움이 된다기 보단 플랫폼을 이용하는 데 있어 잘 모르면 자칫 생길 수 있는 뻘짓 방지책 (..) 같은 느낌이었다.
등록이 완료되면 지원자의 프로필이 그 플랫폼의 마켓에 공개된다. 이때부터 플랫폼에 등록되어 있는 채용중인 회사들이 나의 프로필을 조회할 수 있게 되고, 그 중 나와 인터뷰를 원하는 회사들은 본사에 관한 소개, 채용중인 포지션에 관한 설명 그리고 대략적인 연봉 제시와 함께 인터뷰 요청을 보내 온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부터 미리 연봉을 가늠할 수 있는 점이 편했다.
지원자가 마음에 드는 인터뷰 요청을 수락하면 그때부터 회사쪽에서 직접적으로 연락을 취할 수 있게 되고 이후부턴 통상적인 절차대로 인터뷰가 진행된다. 이때부터의 면접 절차는 당연하게도 회사마다 다르다.
플랫폼을 통해 접촉한 회사들 중 면접이 잘 진행되어 오퍼를 받고 나아가서 수락까지 가게 되면 플랫폼측에서 지원자에게 보너스도 지급해 준다! 막 살림에 보탬이 될 정도로 큰 액수는 아니고 그냥 기부니가 좋다. 하지만 필자는 전부 침대커버 등의 생활용품을 장만하는데 써서 실제로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고 이용자들의 종합적 리뷰도 가장 좋은 플랫폼으로 이 곳을 통해 많은 회사와 연결이 되었고 오퍼도 많이 받았다. 등재되어 있는 회사들의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높고 그 회사들의 플랫폼 내에서의 활동이 굉장히 활발하다고 느꼈다. 나에게 붙은 분의 개인 성향일 수도 있지만 Talent Advocate가 너무 귀찮게 하지 않는 점도 좋았다. Hired로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지역은 주로 북미쪽 도시들, 그리고 유럽에선 런던과 파리를 지원한다.
Hired는 북미쪽과 런던, 그리고 파리에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균형있게 아우르는데 반해 Talent.io는 연결된 회사들이 유럽쪽에 스타트업 위주로 편성이 되어있다. 비교적 신생 플랫폼이어서 그런지 필자의 이용 당시 (2018년 4월) 기준으로 Hired에 비해 등재된 회사들도 많지 않았고 따라서 인터뷰 요청도 Hired만큼 많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스타트업 특성상 어쩔 수 없겠지만 인터뷰 요청시 제시해 오는 연봉이 나의 기대치에 비해 조금 아쉬운 경우가 많았다.
또한 지정된 Talent Advocate의 연락이 너무 자주 오는 부분이 조금 귀찮았다. 당시 개인적인 정황이 런던에 도착하고 5일째 되는 날에 Talent.io를 통해 연결된 회사에서 가장 첫 오퍼를 받았다. 아직 초기이니 만큼 한달정도 느긋하게 여러회사를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Talent Advocate쪽에서 자꾸 은근하게 무언의 압박 같은 걸 넣어와서 약간 난감했다. 역시나 나에게 지정된 분의 개인 성향일 가능성이 있으니 꼭 Talent.io라는 플랫폼 자체의 특성이라고 단정짓긴 어려울 수 있겠다.
직접 이용해 본 적은 없지만 언급된 다른 플랫폼들과 같은 방식을 따르는 것 같다. 당시 알아본 결과 이용자들의 리뷰에 있어 꽤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고 앞서 다룬 플랫폼 두군데 만큼 유럽 쪽을 잘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필자는 Hired와 Talent.io만 등록했다.
대체적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위주로 구축된 플랫폼이 많지만 엄연히 다른 직업군도 이용이 가능하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Hired의 경우 현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이외에 다음과 같은 직업군을 지원한다.
LinkedIn같은 곳에서 접촉해온 리크루터들이 현재 채용중인 회사를 추천해 주며 면접을 권유하는 경우가 꽤 많은데, 엄밀히 따지면 구직자와 회사를 연결해주는 대가로 회사로부터 중개 수수료를 받는 수익구조를 가진다는 점은 언급한 플랫폼들도 리크루터와 별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리크루터를 통해 회사를 소개받는 경우에 비해 몇가지 이점이 있다고 느낀다. *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제 3자를 통하지 않고 나의 잠재적 고용주와 직접적으로 이루어 진다. 개인적으로 소통에 있어 전달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왜곡이나 오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간 대리인은 적을수록 좋다고 믿는 편이다. * 첫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부터 연봉을 꽤나 정확한 범위로 미리 알 수 있다. 가끔 회사에 직접 지원하거나 리크루터를 통해 면접을 본 경우, 시간 들여 면접 보고 코딩문제 풀고 해서 오퍼까지 받았는데 그쪽에서 애초부터 생각한 액수와 내가 희망한 액수의 차이가 너무 크면 협상을 통해서 그 간극을 좁히는 데는 보통 한계가 있다. 적어도 연봉에 있어서는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기 이전에 미리 기대치를 맞추고 시작하므로 불필요하게 시간을 소진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이지만 여태껏 리크루터를 통해 소개받은 포지션 중에 크게 매력을 느끼는 경우는 드물었다. 어쩌면 리크루터가 본 ‘이 사람이면 저 회사랑 잘 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와 채용중인 회사에서 직접 나를 보고 ‘이 사람이랑 일해보고 싶다’ 의 미묘한 차이가 아닐까 싶다.
경험상 Hired의 경우 인터뷰 요청때 회사에서 제시하는 연봉들은 플랫폼에 지원했을 당시에 기입한 희망 연봉 액수에 맞춰서 오고 실제 오퍼도 그와 같거나 약간 더 얹어서 들어온다. 애초에 ‘희망’하는 액수를 스스로 써 넣은 상황이니 만큼 그 이상으로 회사를 설득하는 데 있어 정당한 근거를 제시하기 애매할 수도 있으나, 꼭 안 된다고 정해진 건 없다. 늘 그렇듯 여러 회사의 오퍼를 손에 쥐고 있는 상황이면 협상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혹시 소개해 드린 플랫폼에 등록해 보려고 마음을 먹은 분이 계시다면 미리 당부해 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프로필이 공개 되고 나면 생각보다 많은 회사에서 연락이 올 수 있고 여러 회사와의 면접 절차를 병렬적으로 진행하려면 꽤 바빠질 수 있으니 이용을 하시기에 앞서 미리 시간을 잘 비워두시길 권한다. 필자의 경우 뉴질랜드에서 퇴사를 하고 런던에 왔을 때 무직 상태여서 시간이 매우 널널했는데도 불구하고 Hired에 프로필이 공개되자 마자 면접보고 코딩 문제 푸는 것만으로도 바쁜 벌꿀이 되어 정신을 못 차렸다. 이 부분만 유의하시길 당부 드리고 혹시 현재 취업활동 중이거나 슬슬 이직 타이밍을 재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한번쯤 둘러 보시길 권한다.